운세는 흔히 우연을 해석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의도를 가지고 나에게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그 우연을 해석한 결과를 믿어야 하는 이유도 없습니다.
제 경우에 타로는 소설 'Dark Materials'(우리나라에서는 황금나침반)에 나오는 더스트라는 존재를 가정합니다. 우주를 가득 채운 지성이 집약되면 사람처럼 지성을 가진 존재가 되지만 아예 그 지성이라는 것조차 온 우주에 물리적으로 퍼져 있고, 이것들이 지성을 가진 우리 인간과 소통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입니다. 물론 말로 대화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소설에서의 황금나침반처럼 타로카드 역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존재는 뇌를 통해 우리가 생각을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의 생각이 순수한 더스트의 파장과 일치할수록 더스트가 인도하는대로 선택한 카드들과의 연관성도 높아질 겁니다.
물론 그런 존재들과 일치할 수 있도록 오컬트에서처럼 주문을 외우거나 기도를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존재를 느끼려고는 합니다. 그 존재는 우주 자체가 될 수도 있고, 카드 어디엔가 묻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곳을 같은 때에 바라보아야 같은 노을을 볼 수 있듯이, 나에게 무언가를 가리킬 때 그 곳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것은 저처럼 리딩을 할 때도 중요하지만, 타로를 보겠다고 할 때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에도 해당됩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질문이 똑바로 되어야 해석이 잘 된다'는 말을 한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 실제 가지고 있는 의문과 상담할 때 이야기하는 질문이 다르면 리딩을 하고 나서 해석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결국 이상하게 때려 맞춰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보다 본인이 리딩 결과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왜 나온 건지 의아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건 완전히 딴생각을 하면서 상담을 할 때와 같은 극단적인 예시이고, 세부적으로 들어가도 질문의 관점이 틀려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목처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한 분이 커플 운세를 보러 왔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합시다. 아무리 더스트가 미래를 안다고 해도 그 많은 경우들을 비율로 보여줄 것도 아니고, 그냥 우리가 보통 커플이라고 할 때 흔히 보이는 사이좋은 모습이나 그보다 조금 더 나은 모습이겠다, 싶으면 좋게 나오게 됩니다. 서너 번 거짓말을 하다 들켜서 크게 싸운다고 해도 평소 괜찮아 보인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면 좋게 나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어서 헤어질 것이다, 같은 건 빠른 시일 내에 생기는 일이 아닌 한 잘 나오지 않습니다. 단순히 커플이 헤어지는 것도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커플 운세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보이는지, 그리고 한두 달 뒤에도 그렇게 보일지 정도를 보는 거지, 잘 나왔으니 싸울 일은 없을 거야, 같은 생각은 너무 비약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궁합을 볼 때에도 무난한지 보는 용도 정도면 되겠습니다.
관점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한쪽씩 보았을 때입니다. 커플 운세이기는 하지만 본인이 카드를 뽑으면서 '상대방이 나한테 좋은 상대일까?'라는 생각으로 뽑으면 결과는 본인과 상대방과의 상대적인 입장에 대해 나옵니다. 물론 커플의 구성원으로서의 입장이기 때문에 커플운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역시 엄연히 다릅니다. 여자가 허영심이 있고 남자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합시다. 대접은 받고 싶고, 손까딱 하고 싶지 않은데, 남자는 그런 점을 모두 받아준다고 합시다. 그러면 여자가 본인을 아래에 두고 상대방에 대해 카드를 뽑아 보면 상대방은 아주 좋은 사람으로 나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주고 마음이 넓다고 나옵니다. 포용적이고 너그럽습니다. 하지만 남자가 본인을 아래에 두고 상대방에 대해 카드를 뽑아 보면 조금씩 불만이 쌓이거나 혹은 점점 의지가 소극적으로 되어 가는 모습이 나올 것입니다. 남자가 폭력적이고 여자가 거기에 속수무책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자 입장에서 보면 화를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만 보이니 잘 맞춰주는 것처럼 나타나겠지만 여자 입장에서 보면 점점 피폐해지는 모습이 보일 것입니다.
그래서 커플운세라는 것은 저는 잘 권하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자기한테 어떤 사람인지를 보라고 합니다. 커플 운세도 자기들끼리의 관점에서는 중요하긴 합니다. 우리 둘은 좋은데 남들이 봐도 좋아 보일까? 같은 질문은 재미로 볼 만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두 명이 만나 이루는 것이 커플이지, 커플이라고 하나일 수만은 없으니까요.
무엇보다도 막연하게 질문을 해서 막연한 결과로 리딩을 어렵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리딩이 어려운 질문은 좋은 질문이 아닙니다. 리딩이 쉬울수록 내담자 분 자신에게도 명료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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